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더불어 사찰음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찰음식은 산사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나 사찰을 방문한 불자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일반음식과 특별히 달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도한 서구식 식생활로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일환으로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럼 과연 사찰음식의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불교에서의 먹는 것에 대한 문화라고도 정의될 수 있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찰음식을 조리하는 식재료의 확보, 조리방법, 먹는 방법 등의 여러 측면들이 불교의 교리를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과 상관관계가 있다.
 
 
사찰음식의 식재료는 스님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거둔 것도 있고, 신도들의 공양으로 형성되는 것도 있다. 스님들은 항상 시주의 은혜를 생각하고 공양을 받는다. 또한 식재료를 조리할 때에도 어떤 미물도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배려하여왔다.이러한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방법에도 특징이 있다. 사찰음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적게 먹는 소식과 평등하게 나누어 먹는 평등공양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찰음식을 먹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우치고 이를 회향하기 위한 지혜를 얻고자 함이다. 따라서 사찰음식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측면을 고루 이해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단순히 사찰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스님들의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은 기능적 측면에 그치게 된다. 식재료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는 불교적 의미를 깨우치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사찰음식의 우수성은 천천히 먹는 음식(Slow food), 건강으로 먹는 음식(Well-being food), 지혜로 먹는 음식, 화합으로 먹는 음식이라는데 있다. 사찰음식은 건강에 필요한 기본적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영양소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영양소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특히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식재료를 오랫동안 개발해 온 것은 물론이고 농사를 지을 경우에도 오염원을 최대한 제거하는 청정식품을 추구해 왔다. 이렇게 얻어진 식재료를 조리할 경우에도 각각의 재료 속에 함유된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또한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 그리고 장아찌 등과 같은 음식은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식재료 속에 숨어 있는 독성들이 모두 걸러지도록 고안되었다.
 
 
사찰음식은 지혜를 증장시키기 위하여 먹는 음식이다. 선식일여(禪食一如)는 선과 음식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의미를 강조한 글귀이다. 즉 수행을 잘 하려면 음식을 잘 섭취하여야 하고, 음식을 잘 섭취하면 그만큼 지혜를 수승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지혜로 먹는 음식이라 함은 지혜는 모든 번뇌 망상을 벗어버리고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원리를 체득하는 것을 말한다. 사찰음식에도 무상함의 원리가 들어 있다. 무상이란 ‘세상이 항상하여 변함이 없는 대상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느 것도 집착할만한 대상이 아니다’라는 가르침이다. 사찰음식은 계절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상의 진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또한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조리한 음식도 곧 상하기 때문에 영구히 보존하는 음식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무상의 지혜가 없으면 상한 음식이나 맛이 변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사찰음식은 화합으로 먹는 음식이다. 사찰음식에서의 화합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섭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음식을 통해서 사회적 화합을 성취하는 것을 말한다.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섭생은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지혜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찰음식은 제철에 나는 음식을 제 때에 먹으면서도 절제의 소식과 채소를 주로 섭취함으로써 화합을 추구한다.
 
 
사찰음식을 통한 사회적 화합은 평등공양, 발우공양, 복덕공양의 정신을 통해서 구현된다.등공양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며, 먹는 음식에도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우공양은 평등공양과 함께 절식과 소식의 화합정신이 함축되어 있다. 발우공양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공동체의 규범을 익히게 하고, 함께 나누는 미덕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승가뿐만 아니라 사회적 화합을 이룰 수 있게 하며, 쌀 한 톨, 물 한 방울도 아끼며 감사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복덕공양은 복전에 공양을 올림으로서 복덕을 짓고 공덕을 쌓을 수 있음을 강조하는 식사법이다. 불교의 복전은 부처님과 제불보살에게 올리는 공경복전, 부모님과 스승을 비롯하여 은혜를 준 사람들에게 올리는 보은복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빈궁복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빈궁복전에 올리는 공양은 오늘 날의 사회복지제도와 맥이 닿아 있다. 빈궁복전에 대한 공양은 곧 사회적 화합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복덕공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사찰음식의 정신 속에는 개인적 화합, 교단적 화합, 사회적 화합의 이념이 함축되어 있다. 이런 점이 강조될 때 사찰음식은 먹고살기 위한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 자체가 수행이며 사회적 성불을 이루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사찰음식을 배우고자 혹은 섭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면서 사찰음식은 특성화된 부분으로 정착되고 있다. 특히 사찰음식연구소 등과 같은 기관이 생겨나고 사찰음식에 관한 요리강습 등이 시행되고 있다. 전통사찰음식문화보존회, 금당사찰음식 `차‘문화원, 사찰음식연구소 공양간, 사찰음식연구회,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등과 같은 연계기관들이 생겨나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주고자 하고 있다.
 
 
앞으로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는 각종 식재료, 조리방법, 섭생방법을 비롯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차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더불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가르침과 화합의 원리를 연구하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교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문화적 요소도 깨달음과 중생교화의 이념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사찰음식은 모든 사람들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시킴으로써 깨달음으로 가는 지혜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