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재(水陸齋)
   
모든 종교에서는 죽은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흔히 기독교를 포함한 서양의 종교에서는 사후세계를 천국과 지옥의 세계관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도 역시 죽은 자의 영혼이 가야할 곳에 대해 주목한다.
즉. 죽은 자의 영혼이 평온한 다음 세계로 안전하게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원하는 것이 천도재(薦度齋)이다.
 
 
이러한 천도재는 죽은 자의 영혼을 직접 정하여 이루어지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재이다. 반면 수륙재(水陸齋)는 그 말에서처럼 ‘물〔水〕’과 ‘육지〔陸〕’의 모든 불특정한 대상을 위시해 행해지는 것이 수륙재이다. 특히 인간뿐만이 아니라 강, 호수, 바다 등의 물과 육지에 머무르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의식이다.
 
 
특히 전쟁이 끝나거나 가뭄, 전염병 등으로 인한 어려운 시기에 수륙재가 사설되는데, 이는 영가의 한이 깊음으로 인해서 인간사에 부조화가 왔다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들에게 수륙재를 지내주면서 다음 생에 부디 극락의 세계에서 탄생하라고 기원해주는 것이다.
 
 
수륙재는 중국에서 양(梁)나라 무제(武帝)때부터 비롯되었고, 한국에서는 971년(광종 22)에 수원 갈양사(葛陽寺)에서 혜거국사(惠居國師)가 처음으로 시행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수륙재와 관련된 의식의 내용과 방법을 적어놓은 의궤집(儀軌集)은 고려 선종 때 태사국사 최사겸(崔士兼)이 수륙재의 의식절차를 적어놓은 '수륙의문(水陸義文)'을 송나라에서 구해온 것을 계기로, 보제사(寶齋寺)수륙당(水陸堂)을 새로 세움으로써 수륙재를 성대히 격식에 맞게 하였다는 기록이 '고려사(高麗史)' 에 전해지고 있다. 이어서 더 제대로 갖추어진 의궤집은 세조대왕대에 1464년에 중국으로부터 구해온 것을 계기로 인출하여 수십건을 배포하였다는 기록을 통해 15세기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내용과 방법에 엄연한 절차에 따라 수륙재가 사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