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생활
 
불가에서의 생활은 수행(修行)으로 정의된다. 이는 모든 의식주 생활 자체가 수행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하여 끝난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복 역시 이러한 수행의 개념을 철저히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대표적인 의복이 가사(袈裟)로,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로 걸쳐 입는다.
 
원래는 버려진 누더기 옷을 꿰매어 입는 것을 인도에서 받아들인 것이며, 잡색(雜色)으로만 물들여 입도록 한데서 붙여진 산스크리트어 카사야(kasya)를 음역하여 가사라고 부른다. 가사는 잘린 옷감 조각을 이어 만든 것이 인간의 모든 번뇌를 깨트리는 것이라 하여 해탈복(解脫複), 복전의(福田衣)라고도 하며, 가사를 입고 다른 이의 공양을 받거나 다른 이에게 교법(敎法)을 전해주어 다른 이와 함께 복덕(福德)을 받는 것이 마치 밭에서 곡식이 나는 것과 같다하여 전답의(田畓衣)라고도 한다.
 
 
하지만 무더운 인도에서 생겨난 가사의 착용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추위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승복(僧服)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편 현대의 의복에 대한 관심 역시 사회적 트렌드에 맞물려 친환경적이고 몸에 자연스런 의복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또한 스님의 수행과 전진을 위한 일종의 맞춤복인 승복은 연한 회색빛으로 염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복에 내재된 수행과 정진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승복 자체의 천연염색의 친환경적인 요소는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겐 충분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침염과 날염의 기법으로 섬유에 물을 들이는 일을 염색(染色)이라 한다. 염색은 불교에서 파생된 것이다. 출가자들이 입던 아름답지 않은 흐린 빛깔의 가사 색을 ‘염색’이라 했던 것이 변해 ‘물들이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일찍이 부처님은 마하승기율에서 업에 따라 옷을 지어 입을 것을 권하며 5색과 5간색 등의 화려한 색을 지양하고 대신 황적색, 진흙색, 목란색 등 3가지 색으로 물들여 입을 것을 허락한 바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전부터 사용되던 염색은 19세기에 이르러 인공 합성염료가 만들어지기면서 그 맥이 끊겼다. 하지만 다시 인간은 식물과 동물 또는 흙으로부터 아름다운 색소를 구하며,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삶의 지혜를 이어왔기에 현재에 선 인간은 다시 천연염색을 통해 자연과의 그리고 자신과의 합일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천연염색이란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사람의 손을 거쳐 원하는 색상을 만들어내 우리 생활 속에 멋과 맛을 한층 더 높이는 역할을 하는 모든 활동이다. 그렇다보니 재료는 자연스럽게 과일이나 야채, 식물 등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로 사용된다. 자연계의 곳곳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빛깔들이 숨어있다. 전통염색은 그 갖가지 자연의 빛깔들을 우리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다. 천연 염색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도리를 경험할 수 있다. 오늘날의 염색은 과거와 달리 우리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고양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 특히 한약재를 이용한 전통 염색은 항균효과 등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기도 한다. 전통 염색을 응용한 생활한복 등이 널리 선보이고, 어린이와 노인, 피부질환자를 위한 황토내의 등 전통 염색을 이용한 대중적인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